소도리방

제주사람이 "실프다!"라고 말했을 때 외지사람 반응은...

작성자
Hayannavi
작성일
2024-08-18 14:47
조회
591
스무 살 때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하다가 옥상으로 나와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서울 풍경 바라보고 있는데 목포 친구가 묻더군요.

친구: "(시험공부) 많이 했어?"
나: "아... 실프다!"
친구: "뭐가 슬퍼?"
나: "... ... 어?"

제주어를 알지 못하는 목포 친구는 "실프다"라는 말을 화창한 날에 도서관에 처박혀 시험공부하고 있으니 "슬프다"라고 들은 것이죠.

그럴만도 했습니다. 하늘이 한없이 푸르렀으니...친구는 내가 시적인 표현을 쓴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고쳐 말하고 싶었지만 저조차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딱 맞는 어감을 지닌 표준어를 찾지 못하겠더군요.

"실프다"는 (단순히 공부가) 싫증난다, 싫다라는 것이 아니고...
여러 시간 공부를 했는데 즐거움도 있었고
어느 정도 완수했으니 만족감도 있고...
그런데 계속하자니
이제는 조금은 지루하고 물리게 느껴진다는...
(하지만 '싫증난다'처럼 완전한 부정의 의미는 아니고...)
그런 말이죠.

이 오묘한, 간이 다른 느낌을 세 글자에 다 담은 제주어가 바로
"실프다"!!!

* 이추룩 서울에 살멍서도 곧고 싶은 말이 이서도 몸냥 곧지 못행 감저 서너개 혼 번에 먹은 것처럼 답답해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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